지난 6·3 지방선거에서 홍천군민의 선택을 받은 정치인들이 취임 100일을 향해 가고 있다. 선거 당시에는 홍천의 미래를 바꾸겠다는 약속이 넘쳐났다.
용문~홍천 광역철도를 중심으로 수도권 배후도시를 만들고 국가항체클러스터를 기반으로 바이오산업을 육성하며, 청년이 돌아오는 일자리 도시, 농민이 잘사는 농업도시, 아이 키우기 좋은 홍천을 만들겠다는 공약이 제시됐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행정이 시작된 지금 군민들이 묻는 질문은 달라졌다.그래서 지금 무엇이 달라졌나이다.
취임 100일은 공약의 최종 성적표를 매기기에는 이르다. 특히 철도와 도시개발, 산업단지 같은 대형 사업은 수년이 걸린다.
그러나 공약의 방향이 행정계획으로 구체화됐는지 예산이 확보됐는지 사업이 실제 시작됐는지는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시점이다.
본지는 현재 공개된 자료를 기준으로 군수와 강원도의원, 홍천군의원들의 주요 공약을 점검했다.
#취임 100일 안팎의 공약 구체화·행정 착수·예산 확보 움직임·가시성을 종합한 중간평가다.
■ 신영재 군수
“공약을 다시 정리했다. 이제 실행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 취임 100일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정치인은 신영재 군수다.신 군수는 민선 9기 출범 직후 군정준비위원회를 가동하고 공약 실행체계 구축에 들어갔다.
당초 223개 공약 원안을 통합·조정하고 신규 사업을 발굴해 현재 148개 세부 공약으로 체계화했다.
또한, 농촌 기본소득 수당, 수도권 홍천 미래형 융합도시, 국가항체클러스터 바이오허브, 농업기계·농자재 산업, 도심 재정비를 5대 대표 공약으로 제시했다.
공약별 추진 방향과 실현 가능성, 연차별 추진계획, 재원 확보 방안까지 검토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잘한 공약
공약 실행체계 구축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단순히 선거 당시 공약을 그대로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의 법률적 타당성, 사업비, 재원조달 계획 등을 다시 검토했다.
또한, 민생과 직결된 사업은 신속하게 추진하고 대규모 재원이 필요한 사업은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늦어진 공약
반면 농촌 기본소득과 도심 재정비 등 핵심 공약은 아직 계획 단계의 성격이 강하다. 농촌 기본소득은 지원 대상과 지급방식, 재정 부담 등을 검토하는 단계다.
군민 입장에서는 검토하고 있다는 답보다 언제부터 얼마를 지급할 것인지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공수표 우려 공약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미래형 융합도시와 바이오허브, 농기계·농자재 산업이다.
이들 사업은 홍천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대형 공약인 만큼 성공하면 A급 성과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이 뒤따르지 않으면 거대한 개발 구호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
평가: 실행 체계를 만든 점은 높이 평가하지만 이제부터는 계획이 아니라 돈과 사업으로 증명해야 한다.
■ 이영욱 도의원
강원도의원의 공약은 군수와 평가 기준이 다르다. 도의원이 직접 집행할 수 있는 사업보다 강원도 예산 확보와 조례·정책 반영, 홍천 현안 해결이 핵심이다.
이영욱 도의원에게 가장 중요한 시험대는 결국 홍천의 대형 SOC 사업에 대한 도 차원의 지원을 얼마나 끌어내느냐다.
현재까지 취임 100일 안팎의 시점에서 군민이 체감할 만한 대형 성과를 확정적으로 제시하기에는 이르다.
잘한 점
지역 현안을 도정에 전달하고 홍천의 사업을 강원도 차원에서 다루는 역할은 진행 중이다.
늦어진 공약
철도시대에 대비한 SOC 확충은 장기 사업인 만큼 아직 가시적 결과가 제한적이다.
공수표 우려
도의원 공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도비 확보 규모다. 말로 지역사업을 강조하는 것과 실제 강원도 예산서에 홍천 사업을 올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 홍성기 도의원
홍성기 도의원의 핵심 의제는 농업과 관광, 생활SOC, 복지·의료 분야다. 홍천의 특성을 감안하면 방향 자체는 현실적이다. 문제는 농민들이 실제로 얼마나 혜택을 받느냐다.
스마트농업 시설이 늘어나는 것과 농업인의 소득이 늘어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관광자원을 개발하는 것 역시 관광객 숫자와 지역 소비가 늘어나야 성과로 볼 수 있다.
잘한 점
농업·관광·생활SOC 등 지역 현안 중심의 접근은 긍정적이다.
늦어진 부분
스마트농업과 농업인 지원사업의 구체적 확대 성과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
공수표 우려
농업인의 소득 증가라는 최종 결과가 없는 스마트농업 사업은 보여주기식 시설사업으로 끝날 수 있다.
■ 황경화 군의원
군의원 가운데 비교적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했다. 어르신 일자리와 복지종합센터, 반값 농자재, 청년농·스마트팜, 전통시장 환경개선, 제대군인 정착, 영유아 돌봄 등 생활밀착형 공약이 많다.
특히, 공약의 대상과 분야가 비교적 명확하다는 점은 장점이다. 하지만 공약이 많을수록 문제도 있다.
결국 돈이다. 반값 농자재, 복지센터, 청년농 지원을 모두 확대하려면 상당한 재원이 필요하다.
잘한 공약
농민과 어르신, 청년, 아이를 대상으로 한 공약이 비교적 구체적이다.
늦어진 공약
복지종합센터 등 시설 중심 공약은 부지와 사업비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공수표 우려
반값이라는 표현은 유권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지만 실제 지원 범위와 재원 부담이 공개되지 않으면 기대와 현실 사이의 차이가 커질 수 있다.
■ 이영복 군의원
이영복 의원은 실내체육관과 실내파크골프장, 어르신 여가·복지, 객토 활성화 등 비교적 명확한 공약을 제시했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농촌지역에서 노인 여가·체육시설 확대는 주민 체감도가 높은 분야다. 그러나 실내체육관과 실내파크골프장은 대표적인 예산형 공약이다.
부지와 사업비, 운영비까지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잘한 공약
주민들이 실제 이용할 수 있는 생활체육시설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
늦어진 공약
대형 시설은 행정절차와 예산 확보에 시간이 필요하다.
공수표 우려
착공 계획과 총사업비가 구체화되지 않는다면 장기 공약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 박순복 군의원
박순복 의원은 교육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뚜렷한 색깔을 보였다. 교육발전특구, 장애인 교육시설, 유아·어르신 돌봄, 전통시장 활성화, 홍천강 생태복원 등을 주요 의제로 제시했다.
홍천의 인구감소 문제를 고려하면 교육환경 개선은 단순한 교육정책이 아니라 정주정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잘한 공약
교육과 돌봄을 인구정책과 연결할 수 있다는 점.
늦어진 공약
교육발전특구와 교육시설은 홍천군뿐 아니라 교육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공수표 우려
교육발전특구라는 이름만 남고 실제 교육환경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실효성이 떨어진다.
■ 최이경·정관교·용준순·최진현·차학준 군의원
이들 의원은 지역 현안과 생활SOC, 농업, 복지, 상권 활성화 등을 중심으로 공약을 제시했다.
그러나 취임 100일 시점에서는 개별 공약이 실제 예산사업으로 전환됐다고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따라서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특히, 군의원들은 집행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사업을 착수하지 않았다”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열릴 예산 심의에서 해당 의원들이 자신들의 공약을 얼마나 예산에 반영시키는지, 집행부에 어떤 정책을 요구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 결국 성적표는 2027년 예산서에서 나온다
취임 100일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문서는 홍보자료가 아니라 예산서다. 공약을 실행하려면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홍천군은 9월까지 부서별 세부 추진계획을 마련하고 이후 공약 추진 상황을 분기별로 점검해 군민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따라서 앞으로 홍천 정치권을 평가할 때는 다음 네 가지를 보면 된다. 공약에 예산이 붙었는가. 사업 일정이 확정됐는가. 실제 사업이 시작됐는가. 주민이 체감할 결과가 나왔는가. 이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아직 공약 이행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 취임 100일은 면죄부가 아니다
취임 100일은 정치인에게 성과를 요구하기에는 짧은 기간이다. 그러나 공약을 실행할 준비를 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기도 하다.
홍천군은 이미 148개 세부 공약을 만들고 연차별 추진계획과 재원 확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실행이다. 선거 때는 청년 일자리와 인구 증가를 약속했다.
농민의 소득을 높이겠다고 했다. 철도를 통해 홍천의 미래를 바꾸겠다고 했다. 바이오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홍천, 어르신이 행복한 홍천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 약속을 기억하는 유권자들이 이제 묻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준비만 할 것인가?”
취임 100일은 최종 성적표가 아니다. 하지만 중간고사의 답안지는 이미 작성되고 있다.
2026년 연말 예산안과 2027년도 본예산, 그리고 내년 상반기 실제 사업 착수 여부가 홍천 정치인들의 공약 이행을 가르는 첫 번째 진짜 성적표가 될 전망이다.
선거 때의 약속이 행정의 성과가 될 것인지, 아니면 다음 선거 때 다시 등장할 구호가 될 것인지.
홍천군민의 감시와 정치인들의 실행력이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