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시의 품격을 구성하는 이 수많은 조건들을 한 바구니에 고루 담고 있는 지자체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홍천은 천혜의 축복을 받은 땅이다.
수도권과 인접한 사통팔달의 지리적 이점, 홍천강과 수타사로 대변되는 압도적인 자연, 그리고 조선 시대부터 이어져 온 역사적 서사까지 홍천은 이미 명품 도시의 원석을 완벽히 갖추고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자문해 보아야 한다. 우리가 자랑하는 이 수많은 강점들이 과연 외부인들에게 매력적인 도시 경쟁력으로 치환되고 있는가?
연간 수천만 명의 관광객이 홍천의 도로를 지나가고 홍천강을 찾지만 정작 이들이 기억하는 홍천의 얼굴은 선명하지 않다.
잠시 머물다 떠나는 단순 경유지 혹은 일회성 소비의 공간에 머물러 있다면 그것은 오랜 시간 축적된 도시의 자산을 제대로 써먹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제 홍천은 단편적인 성과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문화·예술·역사 자원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체류형 관계인구 유치 전략으로 도시 브랜딩의 패러다임을 대전환해야 한다.
가장 먼저 손대야 할 곳은 도시의 심장부인 원도심이다. 홍천읍 원도심이 가진 역사적 자산과 골목길을 현대적 감각으로 리모델링하는 원도심 역사문화예술 탐방로 조성이 시급하다.
조선 시대 서울과 강원을 잇던 상업 거점인 홍천전통시장을 순수한 상업 공간을 넘어 지역 고유의 먹거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고도화해야 한다.
역사적 진정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디지털 도슨트(AR 가이드)를 도입하고 청년 예술가들의 공방과 갤러리 카페를 채워 넣는다면 원도심은 그 자체로 거대한 지붕 없는 박물관이 될 것이다.
둘째로 홍천의 젖줄인 홍천강을 중심으로 친환경 문화지구를 조성해야 한다. 도시산림공원 토리숲과 그린 어울림 센터등 이미 갖춰진 거점들을 수변 문화 벨트로 묶어내야 한다.
여름철 반짝 흥행하는 홍천강 별빛 음악 맥주축제 같은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야간 경관 조명과 수변 버스킹, 야외 미술 전시가 연중 펼쳐지는 상설 문화 공간으로 확장할 때 홍천강은 비로소 머무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마지막으로 영토의 한계를 넘어서는 초광역 브랜딩과 명예 주민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춘천, 화천, 양구, 인제와 함께하는 호수문화관광권 공동 브랜드 오호락(五湖樂)의 외연을 넓혀 홍천이 자랑하는 수타사의 천년 서사와 산림 휴양 자원을 이웃 시·군의 호수 자원과 입체적으로 연계해야 한다.
이에 더해 디지털 관광주민증 혜택을 단순 숙박·체험을 넘어 문화예술 클래스까지 전방위로 확대한다면 외지인들에게 재방문이 일상이 되는 고향이라는 깊은 정서적 유대감을 심어줄 수 있다.
도시의 품격은 하루아침에 급조되지 않는다. 그것은 오랜 시간 묵묵히 쌓여온 시민의식과 역사 그리고 문화적 토양 위에서만 피어나는 꽃이다.
홍천이 가진 다채로운 자산들을 하나의 완성도 높은 서사로 꿰어낼 때 홍천은 비로소 대한민국이 주목하는 선명한 도시의 얼굴을 갖게 될 것이다.
축적의 시간은 끝났다. 이제는 홍천의 품격을 증명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