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양수발전소 건설사업이 다시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사업의 절차적 위법성을 재검토하기 위해 한 달간 공사를 중단했던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복수의 법률 자문을 거친 결과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주민 의견수렴과 유치 찬성 서명, 홍천군의회의 동의 등 주요 절차가 진행됐고 환경영향평가에서도 사업 자체를 중단시킬 정도의 중대한 오류는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제 남는 질문은 단순하다. “왜 공사를 한 달 동안 중단했는가?”
홍천양수발전소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사업이 아니다.
2021년 우선사업자 선정 이후 2022년 공공기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고 2023년 예정구역 고시 2025년 실시계획 승인과 공사계획 인가를 거쳐 2026년 본공사에 들어갔다. 총사업비만 1조7천억원대에 이르는 국가 에너지사업이다.
이처럼 오랜 기간 수많은 행정절차와 검토를 거친 사업이라면 공사를 중단하는 결정 역시 그에 걸맞은 수준의 신중함이 요구된다.
물론 주민들의 우려를 다시 살펴보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대규모 국책사업일수록 주민의 목소리를 듣고 환경적·사회적 영향을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오히려 그런 과정은 사업의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는 데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절차와 시점, 그리고 책임성이다.
이미 상당한 행정절차가 진행되고 본공사까지 시작된 상황에서 한 달간 공사를 멈췄다면 그 결정에는 사업의 존폐를 가를 만큼 명확한 법률적·행정적 근거가 있었어야 한다.
김성환 장관이 언급한 약 3천억원의 매몰비용 역시 한 달간 공사를 중단하면서 실제 3천억원이 손실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업 자체를 중단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을 의미한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묻지 않을 수 없다. 수조원에 가까운 국가적 사업비가 투입되는 사업을 중단할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정부는 사전에 충분한 법률 검토를 했는가.
결국 이번 법률 자문 결과에서 사업을 뒤집을 만한 절차적 하자가 확인되지 않았다면 지난 한 달의 공사 중단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정부가 국민과 홍천군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국책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만이 아니다.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 그리고 행정에 대한 신뢰 역시 중요하다.
정부의 정책 판단이 바뀔 수는 있지만 그 과정에서 이미 수년간 사업을 믿고 따라온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기업들이 감당해야 할 혼란과 비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홍천양수발전소는 단순한 지역 개발사업이 아니다. 국가 전력수급과 에너지 안보를 위한 기반시설인 동시에 홍천 지역의 경제와 미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다.
따라서 이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논란을 다시 키우는 것이 아니다. 사업을 추진하되 주민들이 제기한 환경 훼손과 생활권 침해 우려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 지역에 어떤 실질적인 편익을 돌려줄 것인지 그리고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공사 중단보다 더 중요한 것은 행정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가 한 달간의 중단 사유와 법률 검토 과정, 향후 사업 추진 방향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오히려 홍천양수발전소 사업의 정당성을 더욱 굳건히 할 수 있다.
국가사업은 한번 결정했다고 끝나는 것도 한번 논란이 생겼다고 쉽게 뒤집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수년간의 절차를 거쳐 추진된 사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제 홍천군민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말이 아니다. 왜 멈췄는지 무엇을 확인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정부의 분명한 답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