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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의 상징 잣나무가 죽어간다…수확량 감소 걱정

기사입력 2026-08-14 09:01 수정 2026-08-1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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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군의 산과 들에서 잣나무의 생육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푸르러야 할 잣나무가 잎과 가지가 마르고 갈변한 채 서 있거나 일부는 나무 전체가 쇠약해진 모습을 보이면서 잣 농가와 주민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특히, 홍천은 잣나무가 단순한 산림자원을 넘어 지역경제와 농가소득을 떠받치는 대표 임산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현상을 단순한 산림경관 훼손으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홍천군은 잣나무를 군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홍천군에 따르면 홍천은 전국 잣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잣 생산이 중요한 지역이다.

 

홍천지역 잣나무림은 1970년대부터 집중적인 조림사업을 통해 형성됐으며, 현재 상당수 나무가 30~40년생에 이른다.

 

산 곳곳에서 나타나는 이상 징후

현장에서 확인되는 가장 큰 문제는 나무의 생육 상태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잎의 색이 정상적인 짙은 녹색을 유지하지 못하고 누렇게 변하거나 갈색으로 마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 나무에서는 가지 끝부분부터 생육이 약해지는 모습도 관찰되고 있다.

 

한두 그루의 고사목이 발생하는 것과 달리 주변 나무에서도 비슷한 증상이 반복될 경우 산림 전체의 생육 환경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더욱이 잣나무는 한번 심으면 수확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홍천군 역시 현재 지역 잣나무림 대부분이 30~40년생으로 잣 수확의 적정기에 들어선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 발생하는 생육 저하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확대될 경우 향후 잣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원인은 무엇인가한 가지 이유로 단정하기 어려워

잣나무가 말라죽는 원인은 한 가지로 규정하기 어렵다. 산림청의 주요 산림병해 간이진단표에서도 잣나무의 피해 원인으로 잎떨림병, 털녹병, 아밀라리아뿌리썩음병 등 다양한 병해가 제시되고 있다.

 

특히, 잎떨림병은 전년도 잎이 초봄에 일제히 떨어지는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설명된다.

 

병해충뿐만 아니라 최근 반복되는 이상고온과 가뭄, 집중호우 등 기후환경 변화도 나무의 생육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오랜 기간 같은 지역에 조성된 잣나무림의 경우 수령 증가에 따른 생육환경 변화와 밀도 문제, 토양 및 뿌리 상태 등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따라서 잎이 마르고 가지가 고사한다는 외관만으로 특정 병해충을 원인으로 지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판단이다.

 

산림청 역시 잣나무 피해 사례에 대해 현장조사 없이 사진이나 육안 관찰만으로 정확한 피해 원인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안내하고 있다.

 

잣 농가에는 나무 한 그루가 생계와 직결

잣나무 고사가 우려되는 가장 큰 이유는 임업인들의 소득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홍천의 잣은 지역을 대표하는 명품 임산물로 자리 잡았다. 홍천군에 따르면 지역에는 잣 가공공장 6곳이 있으며, 채취 임가에서 생산한 잣을 수매해 탈각·탈피·포장하는 산업 구조도 형성돼 있다.

 

잣나무가 고사하면 단순히 나무 한 그루를 잃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수확량이 감소하고 농가소득이 줄어들며, 장기적으로는 잣 가공·유통업체의 원료 확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기존 나무를 베어낸 뒤 새로운 잣나무를 심더라도 다시 수확기에 도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피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 잣 생산 임가는 잣나무는 심는다고 바로 수확할 수 있는 나무가 아니다몇 년 동안 수확량이 줄어드는 것도 농가에는 큰 부담인데 나무 자체가 죽기 시작하면 앞으로 무엇으로 소득을 유지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호소했다.

 

홍천군과 산림당국, 정확한 진단부터 서둘러야

이번 문제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피해 규모와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다.

 

현재 홍천군은 이상기후와 병해충에 대응하기 위해 현장 중심의 기술지원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홍천군농업기술센터는 지난 4월부터 영농현장 기술보급확산지원단을 운영하며 농가 현장의 문제를 직접 확인하고 맞춤형 기술지원에 나서고 있다.

 

또한, 지난 6월에는 병해충 진단 교육을 실시하는 등 병해충 피해에 대한 현장 대응 역량 강화에도 나섰다.

 

하지만 잣나무는 일반 농작물과 달리 산림 영역에 속하는 만큼 홍천군 농업 관련 부서만의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다.

 

홍천국유림관리소와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등 산림 전문기관이 함께 참여해 피해 지역을 대상으로 표본조사와 현장 정밀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고사목의 수령과 위치, 피해 면적, 피해율을 비롯해 잎·가지·줄기·뿌리별 증상을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필요할 경우 병원균이나 해충에 대한 정밀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보이는 나무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피해까지 조사해야

잣나무 집단 고사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죽은 나무를 베어내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미 고사한 나무뿐 아니라 생육이 현저히 떨어진 나무와 주변의 정상적인 나무까지 함께 조사해 피해가 어느 방향으로 확산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병해충이 원인이라면 조기 발견과 확산 차단이 중요하고 토양이나 뿌리 문제가 원인이라면 산림환경에 대한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

 

기후변화가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라면 장기적으로 잣나무림의 수종 구성과 밀도 조절, 산림 관리 방식까지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농가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이상 징후를 행정기관이 체계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신고·예찰 체계가 필요하다.

 

홍천 잣의 미래를 위해 지금 조사해야

홍천에서 잣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다. 홍천의 산림을 대표하는 상징이면서 수십 년 동안 지역 임업인들이 가꿔온 생산 기반이고 잣을 중심으로 한 가공·유통산업을 지탱하는 지역 자산이다.

 

홍천군 스스로도 잣나무를 군목으로 지정하고 홍천 잣을 지역 대표 명품농산물 가운데 하나로 소개하고 있다.

 

그런 만큼 잣나무 고사 현상이 사실이라면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특정 지역에 국한된 것인지, 홍천 전역으로 확산되는 것인지부터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

 

현재 단계에서 특정 병해충이나 기후요인을 원인으로 단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상을 방치해서도 안 된다.

 

현장에서는 이미 나무가 죽어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홍천의 대표 수종이자 지역 임업의 기반인 잣나무를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산림당국의 체계적인 전수 또는 표본조사와 함께 잣 농가 피해 실태를 파악하고 원인 규명과 방제·복구 대책을 종합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잣나무가 하나둘 사라진 뒤에야 대책을 세운다면 수십 년 동안 만들어온 홍천의 잣 생산 기반을 되돌리는 데는 그만큼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정윤 기자 (hci2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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