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의 대표 축산 브랜드로 꼽혀온 홍천사랑말한우가 수십억 원대 횡령 사건에 휘말리며,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장기간 조직적인 범행이 이어졌음에도 내부 통제와 행정 감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법인의 관리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취재 결과 홍천사랑말한우 육가공센터 소속 직원 2명은 지난 6년간 한우 특수부위를 외부로 빼돌리는 방식으로 약 54억원 상당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육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고 관리의 허점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물량을 유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 측은 최근 내부 감사를 통해 해당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직원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홍천사랑말한우 대표이사는 “관리 감독 소홀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경찰 수사를 통해 사건의 전모를 철저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 대금 못 받은 농가들...줄도산 위기
횡령 사건의 여파는 지역 한우 농가로 번지고 있다.
법인의 자금 운영에 차질이 생기면서 출하 대금을 제때 지급받지 못하는 농가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축산 농가는 “믿고 거래해 온 법인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줄 몰랐다”며 “사료값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현재 미지급 대금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농가 피해는 물론 지역 경제 전반으로의 2차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 140억원 넘는 공적 자금 투입…감독은 부실
논란은 홍천사랑말한우가 그동안 막대한 공적 자금을 지원받아왔다는 점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
취재 결과 지난 2005년부터 2020년까지 사랑말한우 법인에 투입된 예산은 총 141억 7,834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부적으로는 △사랑말권역 종합개발사업 85억 8,500만원(국비 50억원 포함) △향토산업 육성 및 직거래 장터 조성 36억 5,000만원 △사료공장 자동화 및 기타 지원사업 약 19억원 등이 투입됐다.
홍천군과 법인은 사료공장과 판매장 구축 등 각종 기반 시설 조성에 대규모 예산을 지원했지만 정작 내부에서 수년간 이어진 횡령 행위는 적발하지 못했다.
지역사회에서는 “세금이 투입된 사업장에 대한 관리 감독이 사실상 형식적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한, ”법인을 관리·감독하고 운영 전반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는 대표이사가 6년간 해당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였다는 주장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며, ”책임 회피로 보일 여지가 크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한 주민은 “정밀 감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대표이사와 감사 등 관계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 경찰 수사 확대…제도 개선 요구도
경찰은 현재 고소된 직원들을 상대로 추가 범행 여부와 공모 관계 등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
다만 횡령 자금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해 농가 피해 보상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개인 비리로 볼 것이 아니라 공적 자금이 투입된 법인에 대한 투명성과 관리 체계를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역 축산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지원 사업에 대한 실질적 감시 시스템과 정기 감사 제도가 필요하다”며 “홍천군 차원의 강도 높은 조사와 함께 피해 농가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